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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2014-04-04 11:51:56
   캠프, 어디까지 가봤니?

달포쯤 전의 일입니다.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동네 엄마들과 수다를 떨고 있었습니다.

살림이며 육아며 워낙에 똑부러지는 한 친구가 물었어요.


똑엄마: “자기야, 소구리 여름캠프 어디 보낼 거야?”

굴어뭉: “글쎄, 아직 생각을 안 해봤는데? 지난 여름에 로봇캠프 보냈더니 괜찮더라고.

            이번에도 과학캠프나 좀 알아보지 뭐.”

똑엄마: “(살짝 당황하며) 아니, 자기야~ 그런 데 말고 영어캠프~”

굴어뭉: “(머리를 긁적이며) 아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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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캠프에도 일종의 유행이 있나 봅니다. 한참 생화학 실험이 인기더니, 우르르 로봇 공학으로 옮겨갔고, 급기야는 우주에까지 진출했습니다. 조만간 게임 개발이나 앱 프로그래밍이 뜰 거라고 감히 예언해 봅니다! (사진제공=공신닷컴 나사캠프)


바야흐로 여름입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도 필리핀 여름영어캠프 전단지가 붙었습니다. 학원가에서는 영국 현지에서 열리는 축구캠프(무려 맨유!)며 미국 과학캠프(무려 MIT!) 소식도 들리고요. 각 신문의 공부 섹션에도 제주국제학교 영어몰입캠프니, 공부의신 해외멘토링캠프(무려 나사(NASA)!)니 하는 기사들이 앞 다투어 나더군요.


여름방학이 되려면 아직 한 달이나 남았는데 왜들 이러냐고요? 한 달 전에 신청해야 자리가 남아있지요. 하버드, 스탠포드 같은 유명 대학이나 영미권 명문 보딩스쿨(기숙학교)에서 열리는 여름캠프는 적어도 두 달 전에 등록해야 한답니다. 지금쯤이면 인기 프로그램은 벌써 마감이 끝났겠네요.


캠프라고 하면, 야외에 텐트 치고 숙박하는 캠프 생각만 하셨겠지요. 저도 그랬답니다. 그런데 이미 5년 전에 이런 기사가 났더라고요. “상위 1%에게 여름방학 계획을 묻는 것은, 패션리더에게 지난 시즌 ‘잇백(유행가방)’을 묻는 것처럼 실례”라고요. 한 달 전, 자다가 봉창을 두드렸던 제 일화가 떠올라 혼자 빵 터지고 말았어요. 착한 그 엄마가 “로봇캠프도 재미있겠다”며 수습해줬으니 망정이죠. 에휴~


서머캠프에서 그랜드투어까지


엄마들이 캠프에 열광하는 건 방학이 너무 길어서입니다. 일반학교는 한 달, 국제학교는 두 달이나 되지요. 아닌 게 아니라, 소구리가 다니는 제주국제학교는 방학이 길어도 너~무 깁니다. 겨울방학은 며칠 안 되지만, 봄부터 가을까지는 1, 2주짜리 단기 방학이 수시로 있고요. 주말 하루, 이틀만 아이들을 봐도 벅찬데, 한 달, 두 달을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과 부대끼려니 엄마들은 감당할 재간이 없는 거죠.


방학(放學)이란 말뜻처럼 학교에서 ‘풀려난’ 아이들을 그대로 학원에 몰아넣자니 안쓰럽고, 그렇다고 아예 손 놓고 아무 것도 안하자니 불안하고요. 무언가 놀이처럼 보이면서도 교육적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데, 그런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이 바로 캠프입니다. 캠프에 보내는 동안만큼은 엄마들도 공식적으로 쉴 수 있고요. 아이들의 방학캠프가 엄마들의 힐링캠프인 이유입니다.


그런데 아이를 방학캠프에 보내려면 돈이 많이 듭니다. 기간과 지역, 프로그램의 내용에 따라 수십에서 수백, 경우에 따라 수천만 원까지도 필요하지요. 어지간한 국내외 여행 한 번 하는 것보다 비쌉니다. 하지만 엄마들은 ‘돈값’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든, 실험이든, 스포츠든 학교 다니면서는 몰입해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우는 짬짬이, 풍광 좋은 곳에서 뛰어 놀고 물놀이도 하거든요. 거기서 만난 현지 친구들과 교우관계를 이어갈 수도 있고, 운이 좋으면 멘토나 롤 모델을 마주칠 수도 있습니다.


해외영어캠프가 어느새 수많은 여름캠프의 대명사가 된 건, 어쩌면 엄마들이 바라는 캠프의 모든 요소를 두루 갖췄기 때문일 겁니다. 가디언(현지 관리자)이 못 미덥거나 아이가 아주 어린 경우에는, 엄마들이 집을 렌트해 따라가기도 합니다. 학교 분위기를 직접 확인하고, 아이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동기를 불어넣어주는 거죠. 당연히 박물관이나 미술관 같은 체험학습 코스도 돌고, 놀이동산에도 가고 쇼핑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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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반니 판니니 작, <고대 로마의 풍경이 있는 화랑>. 17~18세기 영국에선 당대 문화의 중심지인 이탈리아나 프랑스로 ‘그랜드 투어’라는 견문여행을 다녀오는 것이 대유행이었습니다. 이 그림은 일종의 그랜드 투어 인증샷 같은 것이었다고 합니다.(사진=네이버 캐스트)


따져 보자면 근대 유럽의 명문가 자제들이 다녀왔던 ‘그랜드 투어’도 다 똑같은 부모 마음에서 시작된 일일 테지요. 그랜드 투어는 짧게는 3~4개월에서 길게는 6~7년씩 걸리는 해외견문여행입니다. 17세기 영국에선 프랑스나 이탈리아로 그랜드 투어를 다녀오지 않으면 상류층 행세를 하기 어려웠대요. 이런 흐름은 중산층으로까지 확대돼 전 유럽의 대대적인 유행이 됐고, 교통수단이 발달하기 시작한 18세기 후반에는 일반 시민계층도 여기 동참했다고 합니다.


당대의 부모들은 어린 자식들에게 과외선생과 보디가드, 심지어 애인 겸 몸종까지 붙여 투어를 보냈습니다.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도 젊은 시절, 부잣집 자제의 과외선생으로 유럽 문물을 경험했다고 하는군요. 물론 부작용도 있었지요. 부모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문란한 생활에 빠져들거나 도박이나 패션에 돈을 탕진하거나 하는 일들이 무시로 벌어졌습니다.


그런데도 부모들은 왜 이런 출혈을 감당했을까요? 당시 영국의 공교육이 엉망이었거든요. 그에 비하면 그랜드 투어의 커리큘럼은 꽤 탄탄해서, 투어에 나선 자제들은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인문학 수업을 듣고, 박물관과 음악당, 미술관을 다니며, 전문가로부터 예체능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오늘날의 어학연수나 조기유학, 심지어 여름캠프의 모태가 바로 그랜드 투어였던 셈입니다. 300, 400년 전 유럽 아빠들(당시 가문의 결정권자는 아빠들이었으므로)이나 오늘날의 대치동 엄마들이나 자녀교육에 대한 열망만큼은 도긴개긴이었던 거죠.


‘선행 세대’의 해외견문여행


그냥 듣는 것과 직접 가서 보는 것, 그저 보는 것과 온몸으로 체험하는 것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견문을 넓힌다는 건, 바로 그 차이에 눈뜬다는 뜻일 겝니다. 어릴 때부터 아이의 견문을 넓혀주겠다는 엄마들의 열정을, (극성이라고 나무라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도 여유만 된다면 한 번은 보내보고 싶은 걸요...


다만 논란의 여지가 있는 건 그 시기인데요, 요즘엔 견문여행의 시기가 점점 빨라지는 추세이긴 합니다. 우리 세대는 배낭여행과 어학연수로 해외여행의 효과를 몸소 체험했습니다. 그들이 부모가 되어, 우리 때보다 무엇이든 10년은 앞서가는(?) ‘선행 세대’의 아이들에게 좀 더 일찍 문화적 충격을 맛보게 하려는 것 같아요. 한편으론, 정작 뭘 좀 보고 듣고 알만한 5학년 이상이 되면, 방학이라고 몇 달씩 여행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고요. 초등학교 고학년만 해도 국제중이든 뭐든 실질적인 입시 준비에 들어가야 해서 시간이 없거든요. 안타깝고 불쌍하지만, 이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입니다.


여름캠프 프로그램마다 감초처럼 끼워 넣은 해외 명문대학 투어의 경우, 제가 볼 때는 감초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니까요. 저도 하버드니 스탠포드니 여기서 이름만 들었을 때에는 실감이 잘 나지 않았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였던 거죠. 나중에 직접 눈으로 보니 왜 그 학교들이 명문인지 알겠더군요. 특히 인상적인 건, 하버드보다 오히려 스탠포드였어요. 드넓은 교정에는 조각가 로댕의 작품들이 세워져 있고, 학교 로고 티셔츠에는 “나는 스탠포드 동문이다”는 문구는 물론, “나는 (스탠포드 동문의) 에미/애비다”, “나는 할매/할배다” “나는 애인이다”까지 적혀 있더라고요. 얼마나 자부심 돋는 표현입니까. 좀 더 일찍, 아직 머리가 깨어 있을 때 이 학교들을 봤다면, 저도 어떻게든 유학을 갔을 텐데요(물론 그랬다면 제 인생의 행로는 확 달라졌을 겁니다만...).


보스턴의 구름과 샌프란시스코의 태양, 하버드의 거리와 스탠포드의 자연 같은 것은, 단지 전통의 아이비리그라든가 서부의 신흥 명문 등의 단어로는 설명되지 않는 기운들을 품고 있었습니다. 왜 하버드의 공부벌레들은 공부를 하고, 왜 스탠포드의 히피들은 창업을 하는지까지도 대략 짐작이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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